기획의도

‘2020 창원민주영화제’ 기획하며

‘2020년 창원민주영화제’는 ‘다큐저널리즘과 디케(정의의 여신)’라는 주제로 준비했습니다. 민주주의 쌍생아, 언론과 법은 귀한 존재이면서도 때로는 함정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그 사회적 필요성은 당연해 보이지만 그로 인한 모순과 병폐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다양한 해석으로 대립하게 마련입니다. ‘2020 창원민주영화제’는 현 사회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을 추적하고 이 문제들을 영화를 통해 좀 더 깊이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저널리즘다큐 그리고 디케(정의의 여신)’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엮어지는 2020 창원민주영화제는 개막작을 비롯 총 27편의 영화들로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됩니다.

먼저 개막작 ‘마틴에덴’은 이태리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영화로 봉준호 감독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는, 지난 10년간 베스트 영화 중 한 편’이라고 극찬한 영화입니다. 영화적 완성도와 함께 어쩌면 혼란스러운 현재의 민주주의를 새롭게 조명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는 영화로 개인과 국가 그리고 신분과 성공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가해진 수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제 1섹션 ‘저널리즘다큐’에서는 세월호, 4대강, 위안부, 해직기사, 개발독재, 간첩조작사건 및 광주 5.18 등 아직까지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는 여러 사건을 추적하는 영화, 코미디다큐로 명명되는 마이클무어의 미국 선거제도와 사회복지를 다룬 영화,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알피니스트의 이야기까지 우리의 현시점을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저널리즘 성격의 다큐멘터리 영화 등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제 2섹션 ‘프레스 월드’는 권력자에 대한 감시라는 임무를 가진 언론계와 그 세계의 인물들, 권력과의 관계와 내외적 메커니즘, 언론이 새로운 권력으로서 생산하는 병폐, 새로운 권력으로서의 언론생태를 조명하는 영화, 은폐와 방해 속에서도 사실과 진실을 시민들에게까지 전달하기 위한 기자들의 사투, 언론계 내부의 성추행의 고발 등의 영화로 권력과 시민 사이의 가교인 언론의 역할과 기능을 다시 생각해보게 만드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제 3섹션 ‘디케(정의의 여신)’는 법조인으로서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증진에 기여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위안부 문제를 끈질기게 쫓아 처음으로 승소를 이끌어낸 부산아지매, 아우슈비츠의 존재 유무에 관한 법정게임을 승리로 이끈 여교수, 미국의 망명 허가에 관한 법률을 변경하여 여성의 생명을 구한 이민담당 여변호사 그리고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무차별적인 폭격에 대항한 야지디족 여전사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종군여기자의 증언과 목격으로 만든 영화 등으로 구성하였습니다. 특히 이 디케 섹션에서는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요즘은 이런 디케적 삶이 더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인 것 같습니다. 

본 영화제의 백미인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영화감독, 영화평론가, 학자, 제작자, 관계 분야 전문가 그리고 언론인 등 총 열 한 분을 초청하였습니다. 해당 영화에 대한 초청인의 심도 있는 분석이 있은 후 관객들과의 진지한 토론이 이어질 것입니다. 이미 알려진 바대로 상당한 수준을 가진 씨네아트 리좀의 관객들과의 토론으로 본 영화제는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특히 씨네아트리좀의 두 모더레이터의 실력 발휘도 기대됩니다. 

‘2020 창원민주영화제’는 3.15의거와 10.18부마민주항쟁 그리고 6월항쟁 등 한국현대사를 새롭게 쓰게 한 민주성지로서의 창원의 면모를 곧추 세우는 노력의 일환이고자 합니다. 다행히 영화진흥위원회의 코로나19 지원금이 코로나로 인해 포기하려던 영화제의 실행을 도와주었습니다. 그리고 5년 동안 쌓아온 ‘씨네아트 리좀’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가난한 영화제임을 이해하고 도와주신 상영작 배급사들 덕분에 이 영화제가 개최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씨네아트리좀이 포함된 전국 15개 예술영화전용관들이 전국예술영화관협회를 중심으로 서로 정보를 교류, 공유하며 영화문화는 곧 지역의 얼굴문화인 동시에 국가문화임을 공감하며 협업체계를 형성한 것도 올해의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지역 간의 문화적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좋은 현장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역문화예술발전에 항상 버팀목이 되어주시는 ‘2020 창원민주영화제’ 조직위원들의 격려와 응원에 감사드리며, 영화제 실무팀의 노고에도 심심한 고마움을 표합니다. 

씨네아트리좀 대표
하효선  

2020 창원민주영화제 기획팀

하효선 : 기획총괄, 수석 프로그래머
진영민 : 프로그래머
심은록 : 수석 큐레이터 
윤혜영 : 큐레이터, 대외홍보
강애림 : 디자인, 미디어
권유리 : 매니지먼트 
심재목 : 영사, 음향
박영락 : 촬영, 편집 
정석수 : 조명